성인 ADHD 진단받은 사람의 실제 증상과 어린시절의 증상
'혹시 나는 ADHD 인가?' 고민하고 있진 않으신가요? 실제 성인 ADHD 진단을 받은 지극히 개인적인 30대 초반 여자의 증상과 어린시절 겪었던 증상에는 무엇이 있는지 확인해보세요.
2024년 초에 만 29살이였던 전 성인 ADHD 진단을 받았습니다. 제가 병원을 방문하게 된 계기는 성인 ADHD 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고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자가진단을 한 결과, 항목의 일부가 저에게 해당되는 사항이 있었고 평소 일상생활에 불편하다고 느낀 점들도 존재했습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혹시나 개선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인 ADHD 증상 리스트

✅ 항상 피곤하다.
저는 잠을 잘 못자는 사람이 아니예요. 어디서든 머리만 대면 바로 잘 수 있고 알람을 맞추지 않으면 기본 9-10시간은 잘 수 있어요. 이렇게 잠을 자는데도 일상 생활을 할 때 항상 피곤해서 하품을 달고 살았어요. 잠을 자는 수면환경도 좋았어요. 암막커튼이 쳐져 있고 소음도 없는 환경에서 많이 자는데도 저는 항상 피곤했어요. 기분 좋게 기상을 하는 상황은 정말 드물었죠. 아니 거의 없었어요.
✅ 기억력이 좋지 않다.
예전에 제가 타인에게 했던 말 또는 누군가가 저에게 해주었던 말 모두 잘 까먹었어요. 문득 기억을 잘 할 때도 있지만 언제 무엇을 기억할 수 있는지 그 기준을 잘 모르겠어요. 그 말인즉슨 제가 꼭 기억하고 싶은 것도 제가 기억하기 싫은 것도 잘 까먹고 아주 가끔 희미하게나마 랜덤으로 기억을 할 수 있었어요. 일상 생활 시 큰 이벤트는 잘 까먹지 않긴 했어요. 항상 메모장을 사용해서 기억력이 좋지 않은 이 단점을 보완하려는 노력 덕분에 일상에 큰 지장은 없었지만, 제 주변 사람이 힘들었을거예요. 엄마나 남편이나 자주 저에게 하던 말이 "그 얘기 너가 저번에 했는데..." 또는 "나한테 그 얘기 해 줬는데 너 기억안나?" 였어요...ㅎ
✅ 충동적인 사람이다.
제가 정말 충동적인 사람이다 라고 느낄 때가 있었어요. 가끔 남편에게 '이런 직업으로 바꿔보고 싶다', '저런 직업으로 바꿔보고 싶다', '아니다 내 지금 직업을 계속 노력해보겠다'와 같이 하루가 다르게 저의 의견이 바뀌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말할 때 마다 항상 저는 100% 진심 이였어요. 실제 회사를 다녔을 때도 많은 사람들이 '아... 퇴사하고 싶다'라고 생각하겠지만 실행에 잘 옮기진 않잖아요? (요즘은 또 아닌가요..?) 그렇지만 저는 정말 진심이었고 남편과 상의 후 저는 이직 또는 다른 플랜 없이 퇴사를 했어요.
✅ 잔실수가 많다.
저의 직업이었던 회계사는 굉장히 꼼꼼하고 정확한 결과물을 내야만 하는 직업이예요. 아주 큰 실수를 한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조서를 작성할 때 디테일한 부분을 확인하지 못해서 상사의 검토를 위해 제출하고 나서도 다시 수정해야 되는 상황들이 많았었어요. 제가 꼼꼼하지 못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고 여러 번 확인을 한 후 제출을 시도해도 계속해서 실수가 나왔으니 그만큼 업무하는 시간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길 수 밖에 없었어요.
✅ 계속해서 일을 미룬다.
초,중,고에서 숙제를 할 때도 대학교에서 과제를 할 때도 직장에서 업무를 할 때도 항상 될 수 있을 때까지 미루었어요. 그래도 마감 기한을 못 맞춘적은 다행히 없었지만 항상 시간이 간당간당 했죠. 시간에 쫓기다 보니 그때만큼은 온 힘을 다해 집중했어요. 그래서 저는 스스로 집중력이 굉장히 좋은 줄 알았어요. 만일 미루지 않고 계획해서 시간을 더 쏟았더라면 더 좋은 퀄리티 있는 성과를 얻었겠지만 지금까지 퀄리티가 엄청 못 봐줄만 하지도 않았어서 지금까지 잘 버틸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성적도 꽤 우수했고 업무적으로 일정 부분 인정 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다 튀어나온다.
저의 머릿속은 항상 복잡했어요. 누군가 아주 좋은 비유를 해줬는데 일반인의 뇌에는 한 개의 TV를 켜둔 것 같다면, ADHD 인에게는 마치 10개의 TV를 모두 틀어놓은 것 같대요. 저의 상태를 이 비유에 조금 더 추가하자면, 10개의 TV를 모두 틀어놓았는데 모든 TV들의 볼륨이 고장이 난 거예요. 그래서 어떤 TV는 아주 소리가 작았다가 어떤 TV는 소리가 아주 큰데 그 TV들이 번갈아가면서 동시에 소리 볼륨이 조절되지 않고 제멋대로인 느낌이 들었어요.
✅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
미루고 미루어서 시간 안에 미친듯이 끝내야 하지 않는 이상 제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어요. 업무를 해야지 하고 마음 먹으면 10분 15분 뒤에 핸드폰을 보고 여러 잡생각에 사로잡혀 메모장에 이상한걸 끄적이는 저를 자주 발견했죠. 메모장에 끄적이면 그 생각을 덜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계속해서 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도통 집중해야 하는 업무에는 집중이 안됐어요. 그래서 매번 도돌이표였죠. 미룰 수 있을만큼 미룬 뒤 더이상 미룰 수 없을 때 빡세게 집중하기 그리고 녹초되기를요.
✅ 무언가 하나를 꾸준하게 하지 못한다.
어렸을 때 부터 저는 일을 많이 벌리는 성격이였어요. 피아노 학원, 영어 학원, 보습 학원 보내달라고 떼쓴 후 빼먹기 일쑤였고 성인이 되어서도 취미로 뜨개질, 필라테스, 유튜브, 네이버 블로그 등 뭔가 하고 싶은 건 정말 많고 흥미랑 호기심도 많은데 막상 하게되면 꾸준히 지속하지를 못했어요. 열정이 많은 만큼 쉽게 지루해 하고 금방 싫증이 나버렸죠.
✅ 정리정돈이 안 된다.
정리정돈을 해야하는 필요성을 느끼지만 이것마저 자주 미루어 버렸어요. 정리정돈을 잘 하는 사람을 추천대로 중요한 물건들은 각자 자리를 정해서 그 자리에 두는 것을 습관화 했지만, 중요하지 않은 물건들은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었죠. 최대한 깨끗하게 하고 싶은데 치워도 오랫동안 유지가 잘 안됐어요.

위의 증상들이 제가 반복적으로 겪기에는 너무 힘들어서 병원에 가서 의사 선생님께 말씀 드린 후 여러 검사를 했어요. 학생 때 생활기록부도 뽑아서 드리고 의사 선생님이 요청하신 사항들로 평소 주변인들이 생각하는 나의 평판을 인터뷰해서 전달드리고 시간과 돈이 꽤 많이 들었어요... 그럼에도 지금이라도 이 병을 발견해서 너무 다행이라고 느껴요. 증상을 조금이라도 완화할 수 있으니까요!
ADHD 관련 책을 읽었는데 성인이 돼서 늦게 ADHD를 발견할수록 복합적인 증상도 함께 가질 수 있다고 해요. 실제로 저도 복합 증상이 있었어요. ADHD + 우울증 + 불안장애로 판단되었죠. 늦게 발견할수록 자존감이 낮아지고 주변 사람들로 인해 꾸중을 들어 이러한 복합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책에서는 말해요.
성인 ADHD로 진단을 받기 위해서는 어렸을 때 부터 ADHD 증상이 있어야 한다고 해요. 그리고 이 성인 ADHD는 유전 확률이 높아요. 그래서 저는 저의 아이가 만일 ADHD 로 진단이 된다면 빨리 치료를 받도록 해주고 싶어요. 예전에는 이런 정보가 흔치 않아서 모르고 있다가 최근들어 성인 ADHD 가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해요. 제가 가졌었던 뚜렷한 어렸을 적 ADHD 증상을 공유해 볼게요!

어린 시절 ADHD 증상 리스트
✅ 낮잠 시간에 잠을 유독 안 잔다.
어린이집, 유치원 시절 낮잠 시간만 되면 그렇게 잠을 안잤다고 해요. 초등학교 저학년때도 다른 친구들은 낮잠을 잔다고 하는데 저는 너무 안자서 엄마가 의문이었다고 했어요. 어렸을 때 안잤던 잠을 성인이 돼서 자는건가 싶을 정도로 성인이 되서는 정확히 고등학생때 부터는 항상 피곤을 달고 살았어요.
✅ 사물함 및 책상 서랍이 정리가 안되어있다.
사물함과 책상 서랍이 돼지우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모든 물건들이 말 그대로 '처박혀'있었어요. 그 안에 물건 또는 쓰레기 양이 얼마나 많던지 방학식 때 저는 항상 그 모든 짐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가서 집에 도착하면 어깨와 등이 녹초였던게 기억이 나요.
✅ 집중 하기 전 주변 물건을 끊임없이 확인한다.
일종의 강박증세가 있었어요. 지금도 있지만 예전에는 그 주기가 굉장히 짧았죠. TV를 시청하기 전 또는 문제집 문제를 풀기 전 뭔가 집중을 하려고 하면 그 전에 항상 제 주변에 어떤 물건들이 있는지 그 물건들이 그 자리에 있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있었어요. 이 물건들을 잃어버릴까 이런 걱정이 되어서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어떤 물건들이 주변에 있는지 그 물건들이 어디에 놓여져 있는지 그렇게 그냥 확인을 여러번 거쳐야 했죠. 주변을 확인 한 후, TV를 5분 정도 보다가 다시 확인하고 또 조금 보다가 다시 확인하고 그 빈도수가 많았었어요.
저의 이런 증상들이 여러분이 ADHD 인지 고민이 될때 가볍게 확인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 모든 증상이 꼭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ADHD가 이 증상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저의 지극히 개인적인 증상들로 읽다가 공감이 되어 혹시라도 의심되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보는 것을 추천드려요! 다음에는 ADHD 치료 후기 및 ADHD 인의 임신준비 과정으로 찾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