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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ADHD 진단받은 사람의 실제 증상과 어린시절의 증상

미네바니 2025. 3. 27. 17:11

'혹시 나는 ADHD 인가?' 고민하고 있진 않으신가요? 실제 성인 ADHD 진단을 받은 지극히 개인적인 30대 초반 여자의 증상과 어린시절 겪었던 증상에는 무엇이 있는지 확인해보세요.

 

2024년 초에 만 29살이였던 전 성인 ADHD 진단을 받았습니다. 제가 병원을 방문하게 된 계기는 성인 ADHD 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고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자가진단을 한 결과, 항목의 일부가 저에게 해당되는 사항이 있었고 평소 일상생활에 불편하다고 느낀 점들도 존재했습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혹시나 개선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인 ADHD 증상 리스트

 

✅ 항상 피곤하다.

저는 잠을 잘 못자는 사람이 아니예요. 어디서든 머리만 대면 바로 잘 수 있고 알람을 맞추지 않으면 기본 9-10시간은 잘 수 있어요. 이렇게 잠을 자는데도 일상 생활을 할 때 항상 피곤해서 하품을 달고 살았어요. 잠을 자는 수면환경도 좋았어요. 암막커튼이 쳐져 있고 소음도 없는 환경에서 많이 자는데도 저는 항상 피곤했어요. 기분 좋게 기상을 하는 상황은 정말 드물었죠. 아니 거의 없었어요.

 

✅ 기억력이 좋지 않다.

예전에 제가 타인에게 했던 말 또는 누군가가 저에게 해주었던 말 모두 잘 까먹었어요. 문득 기억을 잘 할 때도 있지만 언제 무엇을 기억할 수 있는지 그 기준을 잘 모르겠어요. 그 말인즉슨 제가 꼭 기억하고 싶은 것도 제가 기억하기 싫은 것도 잘 까먹고 아주 가끔 희미하게나마 랜덤으로 기억을 할 수 있었어요. 일상 생활 시 큰 이벤트는 잘 까먹지 않긴 했어요. 항상 메모장을 사용해서 기억력이 좋지 않은 이 단점을 보완하려는 노력 덕분에 일상에 큰 지장은 없었지만, 제 주변 사람이 힘들었을거예요. 엄마나 남편이나 자주 저에게 하던 말이 "그 얘기 너가 저번에 했는데..." 또는 "나한테 그 얘기 해 줬는데 너 기억안나?" 였어요...ㅎ

 

✅ 충동적인 사람이다.

제가 정말 충동적인 사람이다 라고 느낄 때가 있었어요. 가끔 남편에게 '이런 직업으로 바꿔보고 싶다', '저런 직업으로 바꿔보고 싶다', '아니다 내 지금 직업을 계속 노력해보겠다'와 같이 하루가 다르게 저의 의견이 바뀌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말할 때 마다 항상 저는 100% 진심 이였어요. 실제 회사를 다녔을 때도 많은 사람들이 '아... 퇴사하고 싶다'라고 생각하겠지만 실행에 잘 옮기진 않잖아요? (요즘은 또 아닌가요..?) 그렇지만 저는 정말 진심이었고 남편과 상의 후 저는 이직 또는 다른 플랜 없이 퇴사를 했어요.

✅ 잔실수가 많다.

저의 직업이었던 회계사는 굉장히 꼼꼼하고 정확한 결과물을 내야만 하는 직업이예요. 아주 큰 실수를 한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조서를 작성할 때 디테일한 부분을 확인하지 못해서 상사의 검토를 위해 제출하고 나서도 다시 수정해야 되는 상황들이 많았었어요. 제가 꼼꼼하지 못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고 여러 번 확인을 한 후 제출을 시도해도 계속해서 실수가 나왔으니 그만큼 업무하는 시간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길 수 밖에 없었어요.

 

✅ 계속해서 일을 미룬다.

초,중,고에서 숙제를 할 때도 대학교에서 과제를 할 때도 직장에서 업무를 할 때도 항상 될 수 있을 때까지 미루었어요. 그래도 마감 기한을 못 맞춘적은 다행히 없었지만 항상 시간이 간당간당 했죠. 시간에 쫓기다 보니 그때만큼은 온 힘을 다해 집중했어요. 그래서 저는 스스로 집중력이 굉장히 좋은 줄 알았어요. 만일 미루지 않고 계획해서 시간을 더 쏟았더라면 더 좋은 퀄리티 있는 성과를 얻었겠지만 지금까지 퀄리티가 엄청 못 봐줄만 하지도 않았어서 지금까지 잘 버틸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성적도 꽤 우수했고 업무적으로 일정 부분 인정 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다 튀어나온다.

저의 머릿속은 항상 복잡했어요. 누군가 아주 좋은 비유를 해줬는데 일반인의 뇌에는 한 개의 TV를 켜둔 것 같다면, ADHD 인에게는 마치 10개의 TV를 모두 틀어놓은 것 같대요. 저의 상태를 이 비유에 조금 더 추가하자면, 10개의 TV를 모두 틀어놓았는데 모든 TV들의 볼륨이 고장이 난 거예요. 그래서 어떤 TV는 아주 소리가 작았다가 어떤 TV는 소리가 아주 큰데 그 TV들이 번갈아가면서 동시에 소리 볼륨이 조절되지 않고 제멋대로인 느낌이 들었어요.

✅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

미루고 미루어서 시간 안에 미친듯이 끝내야 하지 않는 이상 제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어요. 업무를 해야지 하고 마음 먹으면 10분 15분 뒤에 핸드폰을 보고 여러 잡생각에 사로잡혀 메모장에 이상한걸 끄적이는 저를 자주 발견했죠. 메모장에 끄적이면 그 생각을 덜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계속해서 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도통 집중해야 하는 업무에는 집중이 안됐어요. 그래서 매번 도돌이표였죠. 미룰 수 있을만큼 미룬 뒤 더이상 미룰 수 없을 때 빡세게 집중하기 그리고 녹초되기를요.

✅ 무언가 하나를 꾸준하게 하지 못한다.

어렸을 때 부터 저는 일을 많이 벌리는 성격이였어요. 피아노 학원, 영어 학원, 보습 학원 보내달라고 떼쓴 후 빼먹기 일쑤였고 성인이 되어서도 취미로 뜨개질, 필라테스, 유튜브, 네이버 블로그 등 뭔가 하고 싶은 건 정말 많고 흥미랑 호기심도 많은데 막상 하게되면 꾸준히 지속하지를 못했어요. 열정이 많은 만큼 쉽게 지루해 하고 금방 싫증이 나버렸죠.

✅ 정리정돈이 안 된다.

정리정돈을 해야하는 필요성을 느끼지만 이것마저 자주 미루어 버렸어요. 정리정돈을 잘 하는 사람을 추천대로 중요한 물건들은 각자 자리를 정해서 그 자리에 두는 것을 습관화 했지만, 중요하지 않은 물건들은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었죠. 최대한 깨끗하게 하고 싶은데 치워도 오랫동안 유지가 잘 안됐어요.

 


위의 증상들이 제가 반복적으로 겪기에는 너무 힘들어서 병원에 가서 의사 선생님께 말씀 드린 후 여러 검사를 했어요. 학생 때 생활기록부도 뽑아서 드리고 의사 선생님이 요청하신 사항들로 평소 주변인들이 생각하는 나의 평판을 인터뷰해서 전달드리고 시간과 돈이 꽤 많이 들었어요... 그럼에도 지금이라도 이 병을 발견해서 너무 다행이라고 느껴요. 증상을 조금이라도 완화할 수 있으니까요! 

 

ADHD 관련 책을 읽었는데 성인이 돼서 늦게 ADHD를 발견할수록 복합적인 증상도 함께 가질 수 있다고 해요. 실제로 저도 복합 증상이 있었어요. ADHD + 우울증 + 불안장애로 판단되었죠. 늦게 발견할수록 자존감이 낮아지고 주변 사람들로 인해 꾸중을 들어 이러한 복합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책에서는 말해요.

 

성인 ADHD로 진단을 받기 위해서는 어렸을 때 부터 ADHD 증상이 있어야 한다고 해요. 그리고 이 성인 ADHD는 유전 확률이 높아요. 그래서 저는 저의 아이가 만일 ADHD 로 진단이 된다면 빨리 치료를 받도록 해주고 싶어요. 예전에는 이런 정보가 흔치 않아서 모르고 있다가 최근들어 성인 ADHD 가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해요. 제가 가졌었던 뚜렷한 어렸을 적 ADHD 증상을 공유해 볼게요!  

 

어린 시절 ADHD 증상 리스트

✅ 낮잠 시간에 잠을 유독 안 잔다.

어린이집, 유치원 시절 낮잠 시간만 되면 그렇게 잠을 안잤다고 해요. 초등학교 저학년때도 다른 친구들은 낮잠을 잔다고 하는데 저는 너무 안자서 엄마가 의문이었다고 했어요. 어렸을 때 안잤던 잠을 성인이 돼서 자는건가 싶을 정도로 성인이 되서는 정확히 고등학생때 부터는 항상 피곤을 달고 살았어요.

✅ 사물함 및 책상 서랍이 정리가 안되어있다.

사물함과 책상 서랍이 돼지우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모든 물건들이 말 그대로 '처박혀'있었어요. 그 안에 물건 또는 쓰레기 양이 얼마나 많던지 방학식 때 저는 항상 그 모든 짐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가서 집에 도착하면 어깨와 등이 녹초였던게 기억이 나요. 

✅ 집중 하기 전 주변 물건을 끊임없이 확인한다.

일종의 강박증세가 있었어요. 지금도 있지만 예전에는 그 주기가 굉장히 짧았죠. TV를 시청하기 전 또는 문제집 문제를 풀기 전 뭔가 집중을 하려고 하면 그 전에 항상 제 주변에 어떤 물건들이 있는지 그 물건들이 그 자리에 있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있었어요. 이 물건들을 잃어버릴까 이런 걱정이 되어서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어떤 물건들이 주변에 있는지 그 물건들이 어디에 놓여져 있는지 그렇게 그냥 확인을 여러번 거쳐야 했죠. 주변을 확인 한 후, TV를 5분 정도 보다가 다시 확인하고 또 조금 보다가 다시 확인하고 그 빈도수가 많았었어요.


 

저의 이런 증상들이 여러분이 ADHD 인지 고민이 될때 가볍게 확인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 모든 증상이 꼭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ADHD가 이 증상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저의 지극히 개인적인 증상들로 읽다가 공감이 되어 혹시라도 의심되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보는 것을 추천드려요! 다음에는 ADHD 치료 후기 및 ADHD 인의 임신준비 과정으로 찾아오겠습니다~!